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제삿날 저녁
채 영희
오늘 음력 팔월 열 나흗날.
엄마제사다.
내일이 추석이라 명절 잘 보내라고
카톡은 노래를 하는데
나는 그렁 그렁 눈물을 달고 나물 볶고 탕을 끊인다.
나물과 탕은 “니가 해라” 하시던 말씀
눈에 선하고 귀에 익어 더 슬프고 그립다.
엄마 제사 8월 14일
엄마 생신 8월 19일.
아버지 생신 8월 17일.
아버지 제사 ? ? ?.
나는 아버지 제사 날을 모르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
할아버지도 고모도 엄마도 그날을 모른 체,
새까맣게 탄 가슴을 안고
저 세상에 아버지 만나려 먼 길 떠나가시니
나 혼자 남았다.
그때 그 시절 사람답게 살고자
새 세상을 꿈꾸던 새파란 청춘들을
50년 한국 전쟁 전후
죽음의 골짝 골짝으로 실어 날랐던
그날의 살생부를
이제 내 놓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누가 말 해 줄 순 없나요?
내 아버지들 돌아가신 그 슬픈 날의 역사를......
모두가 즐거운 명절 추석을
엄마 제사상에 밥 한 그릇 더 올려
아버지를 기리는 제사이기에
더 가슴 아픔을 감출 수 없어
통곡으로 토해 내고서
늘 한 가을 바람에 눈물 말린다.
동시대에 아버지들을 국가 폭력에 빼앗긴
우리 모두는 언제 국가로부터
제삿날을 반납 받을까?
그날이 언제 일까?
그날이 언제 일까?
내가 죽어 아버지 만나 두 손 잡고 그날이 언제인가
물어 보는 것이 더 빠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