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제삿날 저녁

선남 2 1,327


 

제삿날 저녁

 

                                                                                                               채 영희

 

 

오늘 음력 팔월 열 나흗날.

엄마제사다.

내일이 추석이라 명절 잘 보내라고

카톡은 노래를 하는데

나는 그렁 그렁 눈물을 달고 나물 볶고 탕을 끊인다.

나물과 탕은 니가 해라하시던 말씀

눈에 선하고 귀에 익어 더 슬프고 그립다.

 

엄마 제사 814

엄마 생신 819.

아버지 생신 817.

아버지 제사 ? ? ?.

나는 아버지 제사 날을 모르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

 

할아버지도 고모도 엄마도 그날을 모른 체,

새까맣게 탄 가슴을 안고

저 세상에 아버지 만나려 먼 길 떠나가시니

나 혼자 남았다.

 

그때 그 시절 사람답게 살고자

새 세상을 꿈꾸던 새파란 청춘들을

50년 한국 전쟁 전후

죽음의 골짝 골짝으로 실어 날랐던

그날의 살생부를

이제 내 놓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누가 말 해 줄 순 없나요?

내 아버지들 돌아가신 그 슬픈 날의 역사를......

모두가 즐거운 명절 추석을

엄마 제사상에 밥 한 그릇 더 올려

아버지를 기리는 제사이기에

더 가슴 아픔을 감출 수 없어

통곡으로 토해 내고서

늘 한 가을 바람에 눈물 말린다.

동시대에 아버지들을 국가 폭력에 빼앗긴

우리 모두는 언제 국가로부터

제삿날을 반납 받을까?

그날이 언제 일까?

그날이 언제 일까?

 

내가 죽어 아버지 만나 두 손 잡고 그날이 언제인가

물어 보는 것이 더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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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해방글터
' 채영희'가 이 시의 작성자가 아니라, 부제목이죠?
선남
채영희 선생님이 작성자지....... 난 받아 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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