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
- 정 태경 화백의 그림을 보고 -
혜안을 가진 눈도,
사물을 꽤 뚫어 보는 투시력도,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러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부는 줄 알고,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봄이 온 줄 알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이 진실의 전부가 아님을
또한 알지요.
잊혀진 기억들,
잊혀진 사람들을 생각해내고,
한 사람의 생애를 두고, 그 절정의 순간.
그 환희의 순간들, 행복했던 기억들까지
한 사람의 생애를, 절명의 순간들
그 수많은 얼굴
그 죽음의 형상들,
누구인가?
길을 가다 어깨 스친 사람의 얼굴이고,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이고,
평화롭게 살다간 사람들의 얼굴이지만
오일스틱으로 그려내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얼굴의 절망과
그 죽음의 순간을 담아내면서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순간으로
기억되는 얼굴들,
내 친구의 집은 어딘가
그 친구의 친구인
나의 집은 어디인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의 전부가 아니듯이
눈에 보이는 그 슬픔이 절망의 끝은 아니라고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