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순이 삼촌

선남 2 1,605


순이 삼촌 얼굴,

- 그림으로 시 읽기

 

 

순이 할머니는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사이에

나이 터울이 너무 많이 나서 물으면

그저 어릴 때 병으로 죽었다고 했습니다.

 

아무도 순이 삼촌에 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공무원이 될 수 없고,

외국 유학을 갈 수도 없고,

방위 산업체에 취직 할 수 없다고 했을 때도

순이 삼촌에 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신원조회 붉은 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돈을 잘 벌어도

그 심장에 붉은 피가 흐르는

누구에게나 붉은 피가 흐르는 사람

 

저렇게 잘생기고 멋진 사람이었다.

마을에서도 군수라도 할 사람이라고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일본 놈 두엇은 때려잡았다고

아무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순이 할머님이 돌아가시기 전,

똑똑한 삼촌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삼촌에 대한 모든 기억이 불태워지고

순이 삼촌은 여전히 빨갱이의 낙인으로

 

저 깜깜한 동굴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네 잘생긴 큰 오빠 순이 삼촌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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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대구경북 일원에 사는 사람들 중에 삼촌이 어릴때 병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10월항쟁과 6.25전후 민간인 학살이 100만명이 넘었다고 하니....... 그런데 대부분 쉬쉬한다. 병으로 죽었다는 삼촌은 보도연맹으로 끌려가 학살당했고 남아있는 유가족은 연좌제로 정상적인 시민으로 살아가지도 못했다. 학살당한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도 중요한 일이지만 여전히 연좌제로 고통당했던 유족분들에 대한 사죄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해방글터
부제가 '그림으로 시읽기'보다는 '10월 항쟁'연작으로 가는게 더 나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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