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울타리 밖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이편과 저편
한때의 무리들이 폭풍처럼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저 무리들 속에 깃발을 흔드는 꿈
저 무리들 속에서 팔뚝을 치켜드는 꿈
시새움의 눈빛이 아니라,
부러움의 눈빛이 아니라,
저들의 구호가 언젠가 우리들의 구호가 되고
저들의 파업 선언이
실업자들에게도 희망의 선언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6030의 꿈,
그 꿈의 현실마저도 여섯 시간으로 꺾이고,
다섯 시간으로 꺾이고,
10원짜리 동전 만개로 내동댕이처지는 청춘의 꿈
꺾여진 청춘의 꿈이다.
한때의 무리들이 폭풍처럼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거리를 지나면서 가계 안으로 던져 넣어주는 전단지
가슴 뭉클하게 와 닿지 않는 낡은 구호들
감동으로 와 닿지 않는 저 낡은 구호들.
울타리 밖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이편과 저편,
새벽 3시까지 마감을 치고,
손님들이 토해낸 화장실 청소까지 끝내놓고
편의점 앞에서 5천 원짜리 말라버린 족발 씹으며
소주 몇 잔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청춘들도 있으니,
도로를 하나 사이에 두고, 갈라져 버린
울타리를 하나 사이에 두고, 갈라져 버린
새벽과 밤을 가르는 사이
무능과 자괴감으로 무너져 내리는 청춘도 있으니,
그 차가운 손을 잡아야 한다.
그 꺾인 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4월의 꽃피는 봄,
7월의 불타는 거리에서
그 여윈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손에서 공구를 내려놓는 순간,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늙은 노동자 앞에
불쑥 전도지를 내 밀면,
“불신지옥, 예수천당!”
그 미친 예수쟁이의 목쉰 소리가 들린다.
대열의 후미에서 생수병에 소주를 넣어 마시고
힘겹게 따라가는 늙은 노동자를 보라.
그 움푹 페인 불안 한 하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