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그리움마저 두려웠다
누가 엿듣는가.
두려웠다.
누가 찾아올까
두려웠다.
그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죽어서는
한 세상 손 놓지 말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를 따라 생의 미련을
놓고 싶었던 사람
그 사람이 혹 살아서
찾아올까 두려웠다.
어떻게 죽었는지
어디서 죽었는지
꿈에라도 한번 보고 싶었던 사람
그 사람이 찾아올까 두려웠다.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면서
혹 그가 살아서 돌아올까 봐,
두려웠다.
인간적인 그리움보다
현실적인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빨갱이의 아들,
빨갱이의 마누라,
자식 마누라 다 팽개치고 세상을 바꾼다고
어느 골짜기에서 총 맞아 죽었는지
칼 맞아 죽었는지
원망과 증오스러운 한평생이었어
아!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고
한 번만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아버지!
벽을 보고, 산을 보고
하늘을 보고
강을 보고
숲을 보고
달을 보고
수 없이 불러보고 싶었던
그리움마저 두려웠다.
해방전후사에 대한 역사청산은 친일청산과 함께 민간인학살에 대한 보상과 사죄 치유가 있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