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열여섯 너희들의 꿈을 잊지 않으마.

선남 0 1,093


열여섯 너희들의 꿈을 잊지 않으마.

 

조 선남

 

라일락 향이 바람에 날리는 4월이었다.

사랑 점을 본다고 라일락 잎을 입에 물고

친구를 놀리던 웃음이,

꽃 보다 어여쁜

열여섯 푸른 꿈들아!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까지

마치 외국 여행이라도 가는 듯이

폭죽이 터지던 배위에서 첫날밤이

밤바다의 별빛처럼 가슴에 새기고 싶었던

열여섯 추억이 아름다웠구나.

 

 

라일락 향이 바람에 날리는 4월이었다.

열여섯 푸른 꿈들이 바다에 수장되는

잔인한 4월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친구를 위로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친구에게 구멍조끼를 양보하고

그 마지막 순간까지 헬기 소리를 들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 열여섯 푸른 꿈들아!

 

 

! 숨도 쉬지 못하고

심장이 멈춰버린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한 체 눈물만 흘렸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죄인으로

멍하게 그렇게 4월이 지나가지만

 

 

열여섯 너희들의 푸른 영혼들이

노란 나비가 되어

저 깜깜한 바다

침묵하고, 변명하고, 거짓의 사과에

마치 할 것을 다 한 것인 냥

시체장사를 한다는 저 악마의 입에서

저 영혼 없는 참배를 보면서

 

 

눈물만 흘리고 있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너희들의 주검이 너무 억울해서

열마디 손가락이 다 부서지도록

갑판의 철문을 끌으며

엄마, 엄마,

사랑했어요 엄마!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고

물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까지도

해경들이 구조해 줄 것이라 믿었던

그 순간,

저 영혼 없는 악마들의 뒷거래는

 

 

어린 너희들의 생명을 놓고 흥정을 했고,

어린 너희들의 목숨을 민영화시키듯이

민간업체에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있었구나,

 

 

가슴을 쥐어뜯고,

한 순간도 의심 없이, 꼭 돌아오리라 믿으며

깜깜한 바다를 바라보고 하염없이 울고만 있기에는

너희들에게 더 큰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노란 나비가 되어 훨 훨 날고 있는

너희 어린 영혼들에게

더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

그냥 울고만 있을 수가 없구나,

 

 

엄마 품에 달려와 안기듯이

너희들의 못 다한 꿈과,

너희들의 한을 가슴에 새기듯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시간

멈춰버린 시간들 속에서

영원히 잊지 않으마,

영원히 잊을 수 없구나,

 

너희들의 생명을,

국민의 생명을,

해운법 규제 완화로 바꿔버린,

, 영혼 없는 악마들을 어떻게 용서 할 수 있겠니

마지막 순간 너희들이 엄마 사랑했어요

그 한 마디를 기억하며 죽어가는 순간에도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구조 흉내만 내고, 검은 뒷거래를 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하는 악마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니

 

 

너희들이 돌아와 안전하게 마음껏 뛸 수 있는

평화의 나라,

아무리 뛰고, 뒹굴어도 다칠 염려 없는

평화의 나라, 평화의 공원에

영혼이나마, 노란 나비로 날아와

못 다한 꿈들을 날수 있도록

이제는 가슴마다 노란 리본을 달고

거리로 나서야 하겠구나,

 

 

행단보도를 건너 다가 노란 현수막을 보면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걷고 있는

행인의 눈시울도 붉어지고

! 내 가슴에는 서러움만 가득하구나.

봄바람이 너무 잔인하기만 하구나

 

 

사랑한다.

잊지 않으마.

,

,

노란 나비 되어 날아오르는

열여섯 너희들의 꿈을 잊지 않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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