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학살의 흔적

선남 1 1,010


학살의 흔적.

 

 

어둠 속에 묻혀 있던 돌 하나,

어둠 속에 묻혀 있던 나무 하나,

깜깜하게 폐쇄되었던 광산에서

총소리가 들린다.

신음 소리가 들린다.

가녀리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숨이 끊어져 가는 소리가 들린다.

폐광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노랫소리, 만세 소리가 들린다.

 

역사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다.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린

학살의 현장을 찾는 것은

죽은 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의 이름을 부른다.

 

총탄의 흔적에서 내 심장을 관통하는 통증으로

오늘의 역사를 찾는다.

내 심장에서 피를 뿜으며 죽어가면서도

막혀 버린 역사의 물줄기

그 답답한 가슴에 심장을 관통하는 통증을 느끼며

내 심장의 피를 뽑아서라도 흐르게 하라

 

역사는 잊혀진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숨소리다.

인민 항쟁가를 부르며 끌려가는 젊은 넋들의 노래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의 죽음을 슬퍼 말아라"

"깃발을 덮어다오 붉은 깃발을 그 밑에 전사를 맹세한 깃발"

 

전사들이 불렀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전사들이 죽어가는 순간까지 보았던 세상.

차별 없는 새로운 세상.

빼앗는 자도, 빼앗기는 자도 없는 새로운 세상.

 

칠월의 햇살은 뜨겁고.

길을 걷는다.

포승에 묶여 학살 지로 끌려가는 내 아버지

그 뒤를 따라 걷는다.

 

돌멩이 하나,

풀뿌리 하나에라도 남아 있을까

지워진 역사의 현장에서

학살의 흔적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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