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증언 2
살아남으라.
살아남아서 꼭 전해라,
언젠가 우리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살아남아 꼭 전해라
어떻게 살아왔고, 네 아버지가 어떻게 죽어갔고,
매질하고,
학대하고,
피를 말리듯 감시하고,
죽은 아버지의 죄를 묻고,
죽은 어미의 죄를 묻고,
죽은 삼촌의 죄를 뒤집어씌우고
가족 중에 누가
빨갱이라면
인간 취급도 못 받았다.
어린 딸과,
젊은 빨갱이의 마누라가
수치심에 온몸 떨며 어떻게 죽어갔는가를
국가의 폭력과
법의 폭력과 학대와 매질을
경찰의 폭력과, 약탈을
전해라,
역사 앞에서 증언해야 한다.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모질고 모질게 살아남아서
내가 죽고,
또 네가 죽어도,
백 년이 가고 천 년이 흘러도
빨갱이 가족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증언하고,
역사의 법정에서 증언해야 한다.
죽는 것보다 못한 세월을
살아 낸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해라
살아남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