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증언 2

선남 0 756


증언 2

 

살아남으라.

살아남아서 꼭 전해라,

언젠가 우리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우리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살아남아 꼭 전해라

어떻게 살아왔고, 네 아버지가 어떻게 죽어갔고,

매질하고,

학대하고,

피를 말리듯 감시하고,

죽은 아버지의 죄를 묻고,

죽은 어미의 죄를 묻고,

죽은 삼촌의 죄를 뒤집어씌우고

가족 중에 누가

빨갱이라면

인간 취급도 못 받았다.

 

어린 딸과,

젊은 빨갱이의 마누라가

수치심에 온몸 떨며 어떻게 죽어갔는가를

국가의 폭력과

법의 폭력과 학대와 매질을

경찰의 폭력과, 약탈을

전해라,

역사 앞에서 증언해야 한다.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모질고 모질게 살아남아서

 

내가 죽고,

또 네가 죽어도,

백 년이 가고 천 년이 흘러도

빨갱이 가족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증언하고,

역사의 법정에서 증언해야 한다.

 

죽는 것보다 못한 세월을

살아 낸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해라

살아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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