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단장면 용회마을이여

선남 0 1,017

                                      단장면 용회마을이여

 

 

잔잔하게 바람이 분다.

느낌도 없이,

나무 가지가 소리 없이 흔들리는 정도

그만큼, 기분이 좋을 만큼만,

바람이 분다.

 

들일을 끝내고 마을로 들이서는

여인을 따라,

뻐꾸기가 산골짝을 옮겨 다니며 소리를 낸다.

뻑꾸기 한 마리가 산을 옮겨 다니는 것일까?

아니며 새들만 아는 교신을 하는 것일까?

뻐꾸기는 소리 새다.

화려한 깃털을 새우는 것도

부리가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보릿고개 넘어가는 이맘때면 찾아와

소리를 내기에 인간은 운다고 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새가 슬퍼서가 아니라,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의 마음이 슬퍼서다

 

단장면 용회마을 101,

뻐꾸기 소리가 구슬픈 해질녘,

논길을 따라 걸어오는 농부의 고단한 하루가

평화운로 풍경이 되고,

감자를 캐고, 가지를 따면서

농촌의 하루해는 저물어간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항쟁을 선택했던 사람들,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움막을 치고

오랜 세월을 견뎌낸 사람들의 얼굴

그 얼굴이 마을입구에 탑으로 쌓여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이 있다.

국가 권력과 원전마피아들이,

움막을 철거하고

송전탑을 세운다고

사람이 사는 마을을 파괴하고

갈갈이 찢어 놓지만

! 뻐꾸기가 구슬피 운다.

뻐꾸기가 울어대는 산등선에서 봉화가 오르고

뻐꾸기가 우는 골에서 끝나지 않은 항쟁의 불씨들이 타올랐다.

 

밀양강 강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흘러도,

항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소리 새, 뻐꾸기의 울음은

보릿고개를 넘던 농민군의 죽창을

기억하고,

빼앗긴 겨울들판에 죽은 아기를 부여안고 울부짖던

어미의 울음을 기억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기어이 일어서던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기에

오늘도 용회마을 소리 새 뻐꾸기의 울음은 항쟁의 교신이 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항쟁

 

산등선을 타고 세워진 송전탑은

고압전류가 흐르지 못하고

새들이 둥지를 틀고 먹이를 물고 온

어미 새는 새끼를 거둬 먹이고

생명이 깃들어

765 송전탑이 반핵의 상징물이 되어

숲과 더불어 바람이 쉬어 넘는

철탑에는 꽃이 피고

평화의 상징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으리라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항쟁으로

남으리라 단장면 용회마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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