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아! 아버지, 아버지,
백발의 딸이
스물네 살 청년 아버지의 사진을 안고
울고 울고 또 울었다.
아! 아버지, 아버지,
어느 골, 어느 산자락에서 죽었는지 몰랐고,
매질과, 고문으로 죽고,
죽고,
죽고,
죽어갔다.
젊은 아버지는 그렇게 죽어갔고,
백발의 딸은
살아온 삶이 억울해서 울었고,
역사도, 국가도, 사회도 단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가끔은 양심적인 사법관의 몇 마디의 말은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말이 무슨 위로가 되랴
어느 날 저녁
젊은 아버지는 큰 솥에 밥을 가득 하라 하고
어느 날 저녁
젊은 아버지는 엄마에게 술을 한독 가득 걸러놓으라 하고
어느 날 저녁
젊은 아버지는 마을 청년들을 집에 불러
배불리 밥 먹이고, 넉넉히 술잔을 돌리며
해방된 나라에 일본 앞잡이 놈이 다시 순사가 되고
군수가 되고, 면장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젊은 아버지는 그날 저녁
마을 청년들과 무슨 이야기를 새벽닭이 울도록 하셨을까?
백발의 딸은 젊은 아버지의 가슴에 품은
뜨거운 가슴에 품었을 그 소중한 꿈을 보면서
땅은 농사짓는 농민의 것이여!
아! 아버지, 아버지,
대구에서는 난리가 났댜?
경찰 놈이 옷 벗고 도망가고,
경찰 놈이 무기를 버리고 도망갔댜?
밤마실이 잦았던 아버지
날 때부터 나라 없는 백성으로 살았을 아버지가
마을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아! 아버지,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