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행간의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폐망한 일본의 뒤를 이어 들어온 미군들의 폭정에 맞서
참된 조국의 해방을 위해 싸운 것이,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자식의 도리였을 것이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묻어 둔 체
남겨진 손자 손녀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雜錄
세상을 슬기롭게, 지혜롭게 살아 라는 잠언이지만
행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숨은 뜻은
밤 새 읽고, 또 읽으면서
행간, 행간에는 슬픔이 묻어나고
피 비련 내의 통곡의 묻어나고
그 아픔을 감추기 위한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들이 꿈틀거립니다.
행간의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슬픔의 세월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분노와 통곡의 세월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시대의 흐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남긴 그저 지혜의 말씀쯤으로
雜錄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지만
인간이 인간을 학살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인간을 학대하는 세상에서
잡록에 남겨진 말씀대로 살자면 뭘해야 하는지
행간 깊이 새겨진 말씀의 진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는지요
그런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부모를 잃은 자식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행간의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채충식, 채병기, 채영희
한 세대 한 세대를 넘어올 때마다
슬픔은 더욱 깊어지고,
아픔은 더욱 사무치는 것을......
비 오는 흐린 날 雜錄을 읽어봅니다. 다시
※ 雜錄은 채충식선생님께서 그의 손자 손녀에게 남기신 책으로 부모없는 손자 손녀에게 살아가면서 겪게 될 많은 염려로 인간이 살아가는 삶에 대해 글을 남기신 책, 채충식선생님은 항일운동을 하셨고, 그의 아들 채병기선생님은 해방정국에서 좌익계열의 민족운동을 하셨고 10월 항쟁의 희생자...... 그의 딸 채영희 선생님은 10월 유족회 전국상임위원장을 하시고 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