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공단의 별

선남 0 826

 

공단의 별

                   - 길을 찾는다.

 

혼란과 혼돈의 시대, 길을 잃었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길이었지만

깜깜한 절망의 밤은

모든 것을 집어 삼켜버렸다.

 

거대한 자본에 맞서자는 단일노조는

또 다른 권력집단이 되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는 봉쇄되고

절차적 민주주의는 선거구도 속에 인기투표가 되고 말았다.

오직 집권세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들의 투쟁은 기자회견장이나,

보도자료를 통해서 전달될 뿐

현장을 조직하고, 현장에서 토론을 통해 조직되지 않는다.

 

길을 잃었다.

깜깜한 절망의 밤이다.

노조에서 쫓겨나고,

내 가난한 노동은 자본에 의해 거부되고,

철저하게 봉쇄되었다. 나는 길을 잃었다.

 

깜깜한 공단의 밤,

반작이는 점 하나 보인다.

굴뚝에 오른 해고노동자다.

지회의 결정 사항을 거부했다.

지부의 결정 사항에 대해 저항했다.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에게 민주노조는 투쟁하는 조직이다.

실리를 앞세우고, 타협하는 조직은

더이상 노동자의 조직이 아니다.

그의 기억은 거기에 멈춰 있다.

 

깜깜한 밤,

절망의 골짜기에서 길을 잃었다.

저 별빛을 보고 길을 찾아라

방향을 잡아

이 깜깜한 절망에 길을 찾아라,

 

자본에 투항한 자들의 어설픈 실리는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가는 절망일 뿐,

자본에 투항하는 자들은

투쟁하는 조합원을 징계하고,

자본과 야합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조합원에게 교활하게 탈퇴를 강요한다.

자본의 방폐막이가 되어

사직서를 받던 더러운 검은 손에

몇 푼의 보상금이 쥐어졌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조직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동조하는 조직,

이미 마비된 조직의 질서를 말한다.

지역 집회에 조합원을 동원할 수 있는

단위 노조의 눈치를 보는 또 다른 야합.

 

고통받는 노동자들 위에

소수 노동자의 고통 위에 지배 권력이 되어 버린

엘리트 노동조합 주의자들, 야합과 타협이

일상적인 노동조합 정치가 되어 버린 자들은

전노협 결성 전에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파업은 곧 구속으로 이어지던 그 절망의 시대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들의 세련된 말에 현혹되지 않았다.

연대를 통해 동지를 확인하고,

투쟁을 통해 민주노조를 세우고 지켰다.

때로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자신의 몸을 내맡기면서,

때로는 온몸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때로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고통스럽게 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깜깜한 공단의 밤,

높은 굴뚝 위에 별빛처럼 반짝이는

불빛이 하나 있다. 그 빛을 보고

이 절망의 시대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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