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편두선 약으로 피우시던 엄마의 담배

선남 0 1,283

편두선 약으로 피우시던 엄마의 담배

 

 

                                                           

 

누나, 하나님이 커다란 지우개로

길을 지웠는가 봐,

안갯길 새벽 삯바느질 일감을 갖다 주는 길

앞이 보이지 않는 새벽길을 걸으며

동생은 무서운지 자꾸 말을 걸어옵니다.

 

누나, 누나, 엄마는 계모인지도 몰라,

밖에 나가서 애비 없는 자식이라 손가락질받는다고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고만 하시니

엄마가 계모인지도 모른다고 철없이 울곤 했어요.

 

억척스럽게 사시던 엄마, 그 등만 봐도

산처럼 바위처럼 무거웠던 엄마,

등 돌려 꺼이 꺼이 속울음 우시던 엄마,

자식들 볼까 봐, 몰래몰래 우시던 엄마,

편두선 아파 담배를 피우신다던 엄마,

 

하얀 소복입고, 가장 골, 가창땜에서 하염없이 눈물짓고

잊자고 잊어버리자고, 이제는 멀리 떠난 사람이라고,

가슴속에 삭이고 또 삭였지만

가슴에 묻고 또 묻었지만

해마다 된장 단지, 고추장 단지 따로

아버지 것이라 담아 놓으시고,

 

훌훌 떠나보내신다고 그렇게 담배를 피우시고

, 아랫목 이불 밑에는 아버지 밥 한 공기 담아

묻어 놓으시고, 꺼이 꺼이 자식 몰래 속울음 우시네요.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아버지를 기다리며

영희, 진이, 오직 자식 남매 살려야 한다고,

모진 세월 살아가는데, 잊혀질만 하면 불러내는

경찰 조사에 산발한 머리로 다 헤어진 옷 골라 입고

미친 세상, 미친년 취급하는 경찰 조사에 맨정신으로는

못가겠다 시던 엄마.

경찰 조사를 마치고, 불로동 들길을 걸어

공산동 산언덕을 넘어 울며 울며 오시던 엄마.

 

엄마가 피우시던 담배,

편두선이 붓고 아파서 약으로 피우신다던 담배 연기

엄마가 아파하던 편두선이, 엄마 딸 영희도

엄마의 아픈 세월만큼 그렇게 아파옵니다.

 

해마다 시월은 다시 오고,

불로동에서 미대동으로 넘어오시던 그 길이

곱게 단풍이 들어도 가슴에 붉게 붉게 물든

눈물 세월은 해마디 붉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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