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하늘 감옥

선남 0 802


하늘 감옥

 

 

그냥 바라만 보다가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데,

지쳐 쉬고 있을 그를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늘 감옥입니다.

1.2m 굴뚝 난간에 매달린 그를 보고 있으면

참 끝이 없어 보입니다.

끝은 자본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공장 매각을 기정사실로 하고

어떠한 대화도 하겠다는 자본이나,

정상적으로 조합원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었으니까 어용이라 말하지 말라는 것이나,

위로금을 많이 받아 주었다는 집행부나

그 끝없는 말장난이 끝나야

끝이 보일 텐데.......

 

끝이 없어 보입니다.

 

시작도 해보지 않고 내어준 공장

싸워보지도 않고 정리를 고민하는

중앙 상층부에 대한 기대를

벌써 접었습니다.

 

끝이 없어 보이는 그 길을 걸어 왔습니다.

한합 5년을 그렇게 싸웠습니다.

도대체 노동자가 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말해보시오.

하늘 감옥에

누가 가둬 놓은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노동자들은 끝이 없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가 걸었기에 피투성이로 걸었기에

그가 걸었던 발걸음이 길이 되었고

그가 투쟁했기에, 질서가 되었습니다.

 

끝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나 끝은 있습니다.

투쟁하지 않고, 끝을 낼 방법은 없습니다.

투쟁하면 언젠가 끝은 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온몸을 굴뚝에 묶습니다.

하늘 감옥에 갇힌 것은

차광호 동지가 아니라,

외면하는 발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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