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혁명의 언어.

선남 0 880

혁명의 언어.

 

 

사랑한다는 말보다,

혁명적인 언어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붉은 머리띠를 묶고, 파업 대오 속에 있던

한 사내를 사랑한 여인은

여전히 높은 굴뚝 위에 그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5년간의 폐업투쟁과,

다시 18개월간의 폐업투쟁,

 

사내는 언제나,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했다.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실천해 나가면서 주저함이 없었다.

청춘을 다 받친 공장이 팔려나간다는 소식에

한 사람, 두 사람 공장을 떠나는

동료들의 소식을 전하면서 굵은 눈물을 흘리던

그 사내를 지금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모든 혁명적 언어를 함축하고 있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나를 버리고 가마,

나를 죽이고 가마.

평화시장 어린 동심 곁으로

그 뜨거운 사랑의 고백, 그 격정의 인간 고백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혁명적인 언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전투적인 언어가 어디 있으랴?

몇 푼의 위로금으로 노동자의 영혼을 팔아먹은 자들,

사직서를 쓰고 투쟁하는 동지를 제명하려고 한 자들,

여전히도,

결정되지 않은 중앙위원회를 핑계로 연대를 거부하는 자들,

조직 내부의 문제라고 침묵하는 자들

스스로 피를 말리고, 살을 태우면서,

8월의 태양 아래 온몸 내맡기며 전선을 친다.

 

언제라는 기약도 없는 세월,

뼈가 녹아내린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혁명의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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