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영등포역
상처받은 짐승처럼
성치 못한 몸으로
삶의 의욕마저 꺾인 사람들이
자본의 그늘이 되어 있다
언젠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내 삶의 이정표처럼 보여
소름이 끼친다
겨우 붙어 있는 생명도
장기 매매상의 표적이 되거나
흔적도 없이 어느 날 사라졌을 때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꾸는
영등포역을 지날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
다친 허리 통증에
일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철근공 허씨의 얼굴이
겹쳐져 떠오른다
현장을 옮겨 다니면서
오야지가 바뀌고 새 현장을 들어갈 때마다
21mm 장대를 매고 쓰러지지 말자고
그 독한 술을 점심대신
먹는다는 허 씨의 얼굴이
영등포역 앞 노숙자의 얼굴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