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학살의 법정

선남 0 2,113

학살의 법정

 

 

죽을 마음이 있다면

모질게 마음먹고 죽을 각오로 살아야지

죽을 마음이 있다면

죽을 각오로 모질게 투쟁하지

 

죽은 자에게 남겨지는 한과 원망으로

살아남은 사람에게 기억되는 순간순간들이

너무 아파서 한마디씩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웠던

손배·가압류

가난한 형제에게까지 날아들던 차압

그것만이 아니다

처지와 조건을 고려해서 주저하고

겁에 질려 감시의 눈초리에 움직이지 않았던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고

가슴을 치며 자책도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인간의 소중한 생명이

자본의 폭력적인 이윤에 쓰러져도

더 많은 이윤과 더 많은 부의 축적을 위해

또 다른 생명이 버려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보고 또 본다

 

다음은 또 누구 차례인가?

누가 죽어 가야 하는가

또 누구를 죽여야 하는가

 

단결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손배·가압류를 선고하는 자본에 매수된

이 나라의 법은 학살자를 위한 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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