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땅 끝에서 부르는 해방의 노래

선남 1 1,311

땅 끝에서 부르는 해방의 노래

 

 

허공을 휘저어

잡아 주는 손길 있었는가

끝없이 내려가는

막장 같은 깜깜한 아침에

불러 볼 희망의 노래

한 자락

우리 곁에 남아 있었는가

더는 못하지 이 짓을

끝내 송장이 되어 실려 나가지

이러다가는

수없이 입버릇처럼 되뇌이고도

악몽 속에서 깨어난 듯

깨어나 악몽 같은 현실 앞에

초라한 사내는

철판 위에 쪼그려 앉아 있다.

 

햇살보다 강한 불꽃

나를 태워 흐르는 쇳물이었다

살 타는 냄새

피할 곳이 없었다

돌아서도 거기가 거기

아득한 바다

모터 소리

징 징 징 크레인으로 감아올리는

산 같은 바다

아무리 퍼 올려도

헛손질

이 저주받은 노동을 잊고 싶어

한 시라도 잊어버리고 싶어

일에 파묻혀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

밤낮 없이 일에 매달려

벗어날 수만 있다면 가난을

생살을 찢어 먹일 수만 있다면

우리 아기 배불릴 수만 있다면

 

포로수용소 거제도

칠백 리 해안선을 따라

철책으로 둘려 처진

저주받은 노동 벗어날 수만 있다면

제 살을 파먹듯 몸부림칠수록

체념에 길들여지고

이중 삼중 착취의 사슬은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모든 도로를 봉쇄하고

첨단 정보망의 거미줄 같은

사슬은 노비 문서에 붉은 줄로

확인한다

취업거부!

불순세력!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피고름이라도 빨아대고

거친 숨 몰아쉬며

그대로 뻗어버리는 육신

땀 한 방울

시멘트바닥을 적시는

피 한 방울

틀어쥐고 쥐어짜고

매질아래 짐승의 울부짖음에도

견뎌내야 하고 버텨내야 하는

하청노동자!

노예의 피가 흐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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