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마리아

선남 0 866

마리아

 

 

작은 키에 어깨 밑으로 내려진 긴 머리

필리핀 어느 작은 섬에서 왔다는

마리아

 

묵주 팔찌, 나무 십자가 목걸이

시커먼 짠지에 거친 식사를 앞에 두고도

성호를 긋고 감사기도 하는 그를

누구나 마리아라 불렀다

 

밤 새 천지를 진동하는 연사기 소음에 갇혀

맥이 탁 풀린 듯 한숨을 내쉬며

공장 문을 나서는 일요일 아침

 

공단 매점 공중전화부스에 매달려

소리내어 흐느끼다

마지막 인사인 듯 억지웃음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는 마리아

 

방직 공장으로 돈 벌러 떠났던

어린 내 누님의 서러운

목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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