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나의 노동

선남 0 932


나의 노동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나의 노동을

나의 삶을

날카로운 드릴로 이마를 뚫고

감시카메라를 장착해

꿈꾸고 사랑해 온 시간들

잊혀진 기억까지 감시하고 있다

직장 상사인가

언제나 나의 자리를 넘보는

, 주림에 지친 저 눈빛들...... 하청노동자들인가

아니다 살아남으려는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

내 몸값을 올리고, 언제든지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다양한 기능을 익혀두라고 충고하는

약육강식, 야만의 경쟁논리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꿈속까지 쫓아와 나를 다그치는 불안감

대체 이 불안감의 정체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경쟁으로 내몰리고

그 대상이 결국 나의 노동이 되는

갈가리 찢겨져 객체로 남아 버린

야만의 시간들 속에 꿈은 사라지고

사랑도 시들고

삶의 의지마저 꺾인 체

나의 육체는 더 이상 영혼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에 약탈당한 빈 껍질이다

나의 노동은 늘 고부가가치의 생산을 요구받고

그때만 고용이 보장된다

또한 나의 노동은

늘 동료들의 노동을 감시하고

언제라도 대체인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값싼 노동이다

 

사슬에 묶여

벼랑 끝에, 풀뿌리라도 부여잡고 매달린

나는.

시퍼런 칼날 위에서 대치하고

절망과 희망의 가르는 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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