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나의 노동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나의 노동을
나의 삶을
날카로운 드릴로 이마를 뚫고
감시카메라를 장착해
꿈꾸고 사랑해 온 시간들
잊혀진 기억까지 감시하고 있다
직장 상사인가
언제나 나의 자리를 넘보는
저, 주림에 지친 저 눈빛들...... 하청노동자들인가
아니다 살아남으려는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
내 몸값을 올리고, 언제든지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다양한 기능을 익혀두라고 충고하는
약육강식, 야만의 경쟁논리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꿈속까지 쫓아와 나를 다그치는 불안감
대체 이 불안감의 정체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경쟁으로 내몰리고
그 대상이 결국 나의 노동이 되는
갈가리 찢겨져 객체로 남아 버린
야만의 시간들 속에 꿈은 사라지고
사랑도 시들고
삶의 의지마저 꺾인 체
나의 육체는 더 이상 영혼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에 약탈당한 빈 껍질이다
나의 노동은 늘 고부가가치의 생산을 요구받고
그때만 고용이 보장된다
또한 나의 노동은
늘 동료들의 노동을 감시하고
언제라도 대체인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값싼 노동이다
사슬에 묶여
벼랑 끝에, 풀뿌리라도 부여잡고 매달린
나는.
시퍼런 칼날 위에서 대치하고
절망과 희망의 가르는 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