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아내가 걷는 상수리나무 숲

선남 0 1,050

아내가 걷는 상수리나무 숲

 

상수리나무가 내어 준 산기슭

좁은 돌담길을 걷는다

바스락바스락 밟혀 오는 소리에

아내는 아스라한 옛길을 걷다가

놀란 담비에게 먼저 길을 내준다

 

부축하여 걷던 나를 돌계단에 앉혀놓고

손바닥 위에 햇살을 받아

스치는 바람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듯

긴 한숨을 몰아 쉰다

 

지난가을

회사에서 연락받고 달려간 중환자실

모두들 희망이 없다고 말했을 때

아내의 눈물샘도 말랐다.

 

우리 어디까지 왔을까?

왜 상수리나무의 도토리는 겨울 눈보라에

살이 얼어 터져야 여물어질까?

기다리는 대답도 없이 묻고 또 묻는다

아내의 눈시울이 붉다

아픈 다리 부축하여 걷는

아내는 더 힘겹고, 아파한다

나보다 더

 

아내가 걷는 상수리나무 숲

낙엽 지는 길은,

겨울을 지나 봄을 향해 나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2 명
  • 오늘 방문자 437 명
  • 어제 방문자 228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4,223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