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아내가 걷는 상수리나무 숲
상수리나무가 내어 준 산기슭
좁은 돌담길을 걷는다
바스락바스락 밟혀 오는 소리에
아내는 아스라한 옛길을 걷다가
놀란 담비에게 먼저 길을 내준다
부축하여 걷던 나를 돌계단에 앉혀놓고
손바닥 위에 햇살을 받아
스치는 바람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듯
긴 한숨을 몰아 쉰다
지난가을
회사에서 연락받고 달려간 중환자실
모두들 희망이 없다고 말했을 때
아내의 눈물샘도 말랐다.
우리 어디까지 왔을까?
왜 상수리나무의 도토리는 겨울 눈보라에
살이 얼어 터져야 여물어질까?
기다리는 대답도 없이 묻고 또 묻는다
아내의 눈시울이 붉다
아픈 다리 부축하여 걷는
아내는 더 힘겹고, 아파한다
나보다 더 …
아내가 걷는 상수리나무 숲
낙엽 지는 길은,
겨울을 지나 봄을 향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