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겨울 그리고 밀양

선남 2 1,212


겨울 그리고 밀양

 

그들은 짐승 몰이를 하듯이 몰아 세웠다.

감정도 잃어버린 그들은

유가족의 품에서 영정 사진을 빼앗아 갔다.

밀양 시청에는 짐승의 몸짓만 남아 있었다.

 

그들이 약탈하고자 했던 것은 영정 사진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약탈하고자 했던 것은 765백 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땅을,

생명의 땅을 약탈하고자 했던 것이다.

 

유족의 통곡을 틀어막고,

인간에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수치심마저 짓밟는다.

짐승 몰이를 하듯이 빙 둘러 서서

사람을 가둬 놓고 마치 놀이감을 가지고 놀듯이

그 순간만큼은 인간이 아니었다.

 

눈물도 말랐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 주던 어머니의 입술이 떨리고

평생을 흙을 일구던 손이 떨리고

수녀님의 눈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날이 저물고, 저 체온증으로 사람이 쓰러져도

감옥 담장 보다 높은 경찰병력의 담장에 갇힌이들에게

깔게 하나도 넣어주지 못하겠다는 명령!

저들의 명령은 짐승의 소리였다.

인간 사냥에 나선 짐승의 소리였다.

 

사람이 죽었고,

산 사람도 죽어가고,

사람을 죽이는 젊은 경찰들의 감성도 죽어가고,

그들의 양심도 죽어가고 있었다.

밀양의 죽음의 도시다.

 

칠만육천오백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탑이 들어서면

짐승도 죽고 사람도 죽고 살아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죽어갈 것이다.

땅위에 살아 있는 생명체도 죽고,

땅위에 나는 생명체도 죽고,

땅 속에 생명들도 죽어 갈 것이다.

 

봄이면 진달래피고 가을이면 재악산 갈대가 물결치던

고향산천이 죽어가고, 그 아름답던 기억들도 죽어갈 것이다.

밀양은 죽음의 도시다.

밀양 시청은 죽음의 시청이다.

 

논둑길을 막고, 들길을 막고, 산길을 막고

곳곳에 철조망을 치고,

곳곳에 아우성과 비명소리를 막고,

경찰이 지나가는 길목에는 개 짓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헬기의 바람을 찢어 놓는 소리와

탄식 소리만 들린다.

 

오소서 오소서 평화의 임금님

평화를 비는 낮은 기도소리와 밀양을 바라보는 눈들

밀양의 소식에 가슴 졸이는 사람들

밤기차를 타고 밀양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얼어붙은 밀양의 들을 품으로 녹이려는 그 발걸음들

부드럽고, 참 따뜻한 마음들

외부세력이라 불리는 그들의 눈물이

그 뜨거운 눈물들이 얼어붙은 밀양을 녹이고

할매들의 거친 손을 마주잡고,

그저 눈물밖에 흘릴 줄 모르는 그 순한 마음들이 모여

 

철조망을 걷어내고, 경찰들의 방패를 걷어내고

영정 앞에서 죄송하다고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참회의 눈물로 기도하는 그 순한 마음들이 모여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살려 낼 것이라

그 기도들이 부활을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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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몰라
위에 소개가 영철형님 것으로 되어 있네요. 바꿔 드릴테니, 자기 소개를 적어 주세요.
김영철
밀앙 아리랑 대서사시네
역사적 기록이 될것이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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