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순이 삼촌 얼굴,
- 그림으로 시 읽기
순이 할머니는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사이에
나이 터울이 너무 많이 나서 물으면
그저 어릴 때 병으로 죽었다고 했습니다.
아무도 순이 삼촌에 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공무원이 될 수 없고,
외국 유학을 갈 수도 없고,
방위 산업체에 취직 할 수 없다고 했을 때도
순이 삼촌에 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신원조회 붉은 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돈을 잘 벌어도
그 심장에 붉은 피가 흐르는
누구에게나 붉은 피가 흐르는 사람
저렇게 잘생기고 멋진 사람이었다.
마을에서도 군수라도 할 사람이라고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일본 놈 두엇은 때려잡았다고
아무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순이 할머님이 돌아가시기 전,
똑똑한 삼촌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삼촌에 대한 모든 기억이 불태워지고
순이 삼촌은 여전히 빨갱이의 낙인으로
저 깜깜한 동굴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네 잘생긴 큰 오빠 순이 삼촌 얼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