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귀휴(歸休)
- 김성환 동지에게
마지막 가시는 길
배웅도 못 하고
한 많은 세상 눈 감으실 때
곁에서 지켜드리지도 못하고
아! 어머니
밤마다 꿈속을 걷는데
흰옷의 상복을 입고
꽃상여 뒤를 따르는데
묶인 발 끌며 따라나서는데
무거운 철문이 또 앞을 가로막습니다.
굳게 닫힌 철문, 묶인 손발
영혼마저 차가운 감옥에 구속 시킵니다.
머리를 짓이기며
곡기를 끊습니다
마지막 순간 자식을 애타게 찾았을
부모님 넋이라고 달래려 했는데
자식 도리도 못한 천하 불효
향불 피워놓고 술 한 잔 올리려 했는데
그 천륜의 길목마저 가로막습니다.
귀휴 신청을 거부합니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선정한 양심수 김성환
삼성 재벌에 맞서 업무방해로 구속 3년째,
비가 오면 빗길을
눈 오면 눈 덮인 골목길을
새벽마다 우유 배달로 아이 셋 키워가며
모자가정 기초 생활 수급을 위해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
옥바라지, 아이들 뒷바라지에 3년 세월,
그 피눈물의 세월을 어찌한다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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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기업에서 나온다고 재벌 비유나 맞추더니
수천억 사기 친 재벌들은 특별 사면시키고
재벌 횡포에 맞서다 구속된
국제 양심수의 귀휴 신청
그 천륜마저 가로막는 재벌 공화국
노동자에게 자유가 있는가.
노동자를 보호할 인권은 있는가.
양심은 어디에서 신음하는가.
맞아 죽을 자유와
굶어 죽을 자유만 있는가.
두 달에 한 번씩
목숨을 걸어야 하는 단식 투쟁은
병사에 창문을 달아 달라는 요구
운동시간을 연장하라는 요구
그 기본적인 요구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나라에 인권이 있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