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하방
나는 나의 사랑이 위선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길을 떠나야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다시 한 번 깃발이 되어 서지 못한다 해도
나를 버리고, 현장에 뿌리를 내리는 일과
투쟁하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머리만 아는 것이 아니라,
주둥아리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느껴질 때까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면서 느껴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그 모든 투쟁과 크고 작은 성과들까지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만다.
가자.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섞어진다 해도
현장에서 내리는 뿌리는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 가리라.
주둥아리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느껴질 때까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면서 느껴야 할 것이다.
만약 석방되면 나가서 현장에서 망치를 들고 못주머니를 차고 일을 하리라 결심했다. 현장을 조직하고 현장에서 바쳐 주는 일 그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방이다. 현장으로 내려 가는 일이다. 다시 한 번 깃발이 되어 서지 못한다고 해도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그때 나는 이후 내 활동의 그림들을 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