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아! 보고 싶다 새 하늘과 새 땅

선남 0 1,255

! 보고 싶다 새 하늘과 새 땅

 

 

기미년 삼월일 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만세

학교 운동장에서 부동자세로 서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을 외워 정답을 맞춰야 했고,

그렇게 3.1운동은 어린 나에게 세뇌되어 갔다.

대구 10월 폭동은 빨갱이들이 주동하였다고

또 그렇게 배워갔다.

 

그렇게 시험 답안지에 정답을 써 내려갔고

보수 꼴통의 도시 대구에서 노동자로 살아갔다.

작대기만 꼽아도 당선되는 보수 여당의 도시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질식하듯 숨통이 막히는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역사 시험지 정답이 부끄럽게 파헤쳐지면서

코발트 광산에서 파헤쳐지고,

앞산 빨래터에서 파헤쳐지고,

가창 골, 가창 땜에 수장되었던

유족들의 피눈물로 씻겨 지면서

눈앞이 흐렸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두로 만세꾼의 목을 잘라 내는 일본군 앞에서도

이름 없이 죽어 가면서도, 쌍놈도 양반도 없는 세상

지주도 마름도 없는 세상, 사람이 하늘이 새로운 세상

새 하늘과, 새 땅, 새로운 사회를 꿈꾸었던 사람들,

일본이 패망하고, 꿈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

그 가슴에 또다시 일본 검을 내리꽂았던

10월의 보이기 시작했다.

 

친일 행적을 지우기 위해 죽이고

재산을 약탈하고, 빨갱이의 딸을 첩으로

빨갱이의 젊은 아내를 희롱하고 겁탈하고

보도연맹의 붉은 딱지를 붙여 죽이고

빨갱이의 자식은 연좌제의 올가미로 죽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부동자세로 노랠 불러야 했다.

학살은 멈추지 않았다.

열병식을 하듯, 학교 운동장에서

국민교육 헌장을 외웠고,

태극기가 내려오는 오후 학교운동장에서

공을 차다가도 멈추고 공손하게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따라 외워야 했다.

긴 머리도 짧은 치마도, 국가에서 정해주는 대로 하고

국가에서 정해 주는 노래만 불러야 했다.

 

학살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정신대 할머니를 희롱하고,

3.1혁명 운동을 역사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5.16을 혁명이라 말하고,

피해자인 우리들이 우리를 가해해야 하는

왜곡되고 뒤틀린,

역사의 학살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 보고 싶다.

일본군의 작두 앞에서 목이 잘려나가면서

보았던 그 새로운 세상,

지주도 마름도 없는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세상

 

! 보고 싶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동상으로 발목을 잘라 내면서

보았던 그 새로운 세상

땅은 농민에게, 공장은 노동자에게

 

! 보고 싶다.

일본 고등판사가 된 고부 군수 조병갑에게

사형을 언도 받던 해월 선생의 새 하늘을 보고 싶고,

보도연맹으로 죽어간 수많은 영혼들이 보았던 새 하늘과 새 땅

일본군 장교 박정희에게 사형을 선고받던 영혼들이 보았던

새 하늘과 새 땅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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