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공장 들어갔는지 일 년 되는 날
좋아하는 비까지 부실부실 내리고
퇴근길 소주 한잔하자는
동료들 유혹 뿌리치고
일 년 동안 집안 살림에
개구쟁이 두 놈까지 키운다고
고생하신 시어머님 위해
통닭 한 마리에 소주 한 병 사들고 와
못 마시는 술 억지로 두 잔 드리고
나머지는 술꾼 며느리가 홀짝
도중에 휴업기간도 있었지만
만근수당 3만원이 아까워
지각, 조퇴 없이
월차한번 사용 안하고
사장 위해 열심히 돈벌어준 나
동네 푼수 아낙네들이랑
놀면서 먹고 찌운 살
입사 석 달 만에 7kg 빠지더니
프레스하면서 3kg 더 줄고
울 동네 아지매들
돈 벌고 살 빠졌다고 부러워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핑 도는 현기증
몸은 고달프고 힘들어도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노동을 통해 배우고 깨닫다
2001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