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젊은날 부대끼는 세상살이 지쳐 갈 즈음이면
작은 가방하나 매고 무작정 걸었던 능선들
운문산 산기슭을 따라 서로 엉켜 의지하며 자라던 생명들이
산내천 맑은 강으로 모여 어두움이 쌓이면
반딧불되어 너울너울 춤추던 그 생명의 땅에서
따스한 봄볕이 스며든 고사리 분교를 지나
어머니 넉넉한 가슴처럼 드넓은 사자평에서
교만과 오만에 젖은 나를 버리고 더 작은 나를 찾겠다고
무겁게 발걸음을 내딛었던 천황산 그 생명의 땅을 그리워하며
수년동안 자본의 노예가 되어
이공장 저공장으로 떠돌다가 살아온 세월 끝자락에
고단한 노동자의 삶, 삭막한 도시생활 등지고
밀양! 그 생명의 땅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눈부신 세상도 뜨거운 세상도 아닌
가난하지만 마음 따뜻한 이웃과
햇볕이 내려준 만큼 씨 뿌리고
빗줄기 내려준 만큼 자라고
바람이 불어준 만큼만 거두며 그 생명의 땅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765k송전탑으로 부터 밀양,
이 생명의 땅을 지켜내고 싶습니다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