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온전하지 못했던 지난 삶을
흔들리며 아파했던 아들은
그렇게도 싫다던 기름쟁이가 되었다
앳되었던 얼굴엔
기름범벅으로 붉은 반점이 돋고
고왔던 손에는 기름때가 문신처럼 박혀있다
대물려지는 노비 세상에
아들은 애비 어미를 따라 하청노동자가 되었고
원청 노동자의 절반도 안 되는 월급에
벼룩의 간을 빼먹듯
국가에 바친 십일조 세금에 화들짝 놀란 아들은
전노협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90년도 초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며 세웠던 전노협 깃발
위기에 몰린 자본과 공권력은 미친개가 되어
전노협 사업장을 짓밟았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노동해방의 깃발을 지키겠다고
짓밟힌 희망을 지키겠다고
아들을 배속에 품고
최루탄 가스에 화염병 사이로 짱돌 깨 나르던 나는,
뱃속 아이 생명보다
찢겨 쓰러진 노동해방 깃발에 절망해야 했다
아들이 아플 때 마다,
아들이 방황할 때 마다,
어미는 죄인이 된 것 같아 가슴 쓸어내리며
눈물 짓던 숱한 세월
어느새 훌쩍 자란 아들은
애비 어미가 살아온 서러운 길 따라
애비 어미가 겪어온 절망의 애환 속에
가난한 사랑을 배우며
애비 어미가 못다 이룬 세상에....
애비 어미의 희망을 품고 산다
2015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