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고단했던 세상살이 탓인지
이리저리 나부끼어 만신창이가 된 마음 탓인지
온몸에 기름기가 다 빠져나간 듯이 흐느적거린다
손가락 하나 꼼짝하기 싫어
몸도 마음도 꼭꼭 닫아 걸은 채
며칠을 앓아 누웠다
꽉 닫힌 현관종이 울리고 택배기사가 전해주고 간 박스 하나
서비스노동조합에 상근하는 후배가 보내준 귀한 홍삼
노동조합 활동하랴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어린애 둘에
남편 뒷바라지까지 한다고
늘 몸보다 마음이 더 바쁜 그녀
젊은 날 열정에 들끓던 나를 보는 것 같아
내심 마음이 쓰이던 그녀였는데
그런 그녀가 나에게 마음써준 게 고마워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녀는
받은 마음이 더 크다며 먹고 얼른 기운차리라 한다
기름기 빠져나간 몸속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선홍빛 홍삼처럼 나도 아직
누군가에게 전해 줄 따스함이 남아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