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소화가 안돼 아침밥 거르고
점심, 저녁까지 굶고 잔업 하는 날
오그라든 창자 속으로
늦은 밤 목에 걸리는 밥 서너 숟가락
18일째 용케 쓰러지지 않고 버텨왔던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
세상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벼룩의 간 빼 먹는 원청업체횡포에
하청업체 사장도 착취당하는 이 땅의 민중이오
돈 몇 푼에 노동자 권리마저 팔아먹은 동료도
핍박받는 민중이기에
더딘 걸음이지만 함께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관리자는
저더러 독해빠졌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독해져야 합니다
약육강식의 모순된 기업구조가 아니라
정당한 거래가 통하는 기업윤리
약한 사람들의 피눈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장시간 노동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현실이 아니라
8시간 노동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신명나는 세상을 위해
나는 더 독해져야 합니다
200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