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동지여!
우리가 가고자 하는 이 길은
돌 뿌리 움켜잡고 올라서는
가파른 절벽인가보오
끝도 없어 보이는 싸움에
엄습해오는 외로움 젖어
애잔한 노래 불러보네
더는 구를 힘없다며
무섭게 등 돌리며 떠나버린 동료들
쓴 소주잔에 몇날 며칠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절망 속에 희망을 부여잡아 본다오
한 달 넘는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눈물 맺힌 얼굴위로
차가운 물수건 얹어 놓고
긴 한숨 내쉬는 주름진 얼굴
의지해왔던 노동의 선배들이
자본의 하수인이 되어
상급단체 탈퇴 서에 서명하던 날
죽음을 각오하고 시작한 단식투쟁
긴 밤 함께하며
어용노조 몰아내고
민주노조 깃발 휘날리던 3년 전
가슴 뜨겁게 용솟음치던 무용담에
홍조 띄우는 막내둥이 조합원
죄지은 사람마냥
공장장 앞에 불러가
무쟁의 서명 강요에
한 시간 넘도록 버티며
현장대표만 찾아다는 조합원 아주머님
동지여!
절벽사이로 피어있는 소중한 꽃
그 생명
그 숨결이
끝이 보이지 않는 우리들 싸움에 희망이구려
(2002. 7월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