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비
해방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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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6 12:35
또 한 번의 계절이 지나고
가슴에 새겨두었던
그리움마저
뿌연 먼지로 앉아버리는 서른 후반
비가 내린다.
회색 도시 위를
그리움 하나씩 간직한 채 내린다
그리운 친구 하나쯤 생각하고 싶지만
텅 비워 두었던
세월 뒤집어 새삼 그리웠다 말하기 쑥스러워
편지 한 장하지 전하지 못한 채
차가운 비속으로 그리움만 삭히고 있다.
접어두어야 할 그리움이 많기에
이제 가슴 한 컨에 묻고 싶어라
2000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