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배고프던 어린 시절
외삼촌을 잡아가고
태풍 몰아치는 날이면
사람 집어삼키던 슬픔 싫어
바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커다란 입 벌려 달려드는 파도 향해
작은 배 그물 가득 싣고 떠나는
작고 왜소한 아버지
등대 뒤에 숨어 눈물 훔치던 가난 싫어
바다에서 도망쳤다
불혹의 나이
아버지 등 닮은 도시에서 살면서
그리워, 꿈속에서 만난 어릴 적 바다
드넓은 바다 위에
억척스럽게 그물 당겨 올리는
젊은 날 아버지가 있다
200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