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땅거미 지는 어스름한 퇴근길
찜통더위에 찌든 짠내 풍기며
모여드는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정관지역지회 조합원들
2001년 임금인상단체협약투쟁 고생했다고
넉 달 가까이 쳐둔 천막농성장 걷어낸 그 자리에
숯불 빨갛게 피워
석쇠위에 올려 논 싱싱한 백합 조개
꽉 다문 입
결코 벌어질 것 같지 않던 요놈들이
뻘겋게 달군 숯불에
슬슬 입 벌리는 꼬락서니가
어쩜 우리네 투쟁을 보는 듯 하고
소주잔 부딪치며
노릿하게 익은 조개 살
초고추장에 찍어
서로 입에 넣어주며
땀내보다 더 찐한 동지애가
농공단지 어둠속으로 짙게 깔린다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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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장 교섭 타결로 정관지회 2001년
임단협 투쟁을 마무리 하던날
천막 걷어내고 그자리에서
숯불위에 백합조개 구워
동지들과 한잔 하던 그맛, 소중한 자리
오랫도록 가슴에 남아 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