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내게 있어 세상은

해방글터 0 753

 

 

 

 

세상은 삭막하다고

가만히 서 있어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고

한숨들 쉬지만

 

내게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장마 비 잠시 그친 틈 사이

청아한 빛 띄운 파란 하늘 아래

푸르름이 더욱 푸른 나무들

어린 희망들이 골목어귀에

뛰어나와 휘젓는

생동감이 있어 아름답다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탁한 술 한 잔에 생채기 난 마음 다독거리며

나물무침 하나에도 정 나누며 살아가는

내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내게 있어 세상은 신앙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나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내 마음속에 부처도 예수도

살아있다는 걸 더해지는 세월 속에서 얻는다

 

 

 

태어나면서 부터 죽어가는 

내가 불쌍해 옆집에서 아침마다 던져주는

작은 주먹밥으로 살아났다는

기억에도 없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늘 사람들 한테 도움 받으며

살아가는 복이 될줄이야...

우리동네 인의협 의사사부부

비쩍 말라가는 몰골에 

교통사고까지 났다고 속상해하며

오늘은 다른 사람 편으로 곰거리를 사보냈네요.

푹 끊여먹고 살찌라고....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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