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술 이야기

해방글터 0 741

 

 

술 이야기1

 

남편- 소주 한 병 사온나

- 몇 잔 줄래

남편- 석잔

- 안가

남편(술 엄청 고플 때, 볼멘소리) - 두 병 사와

(별로 안마시고 싶을 때, 짜증난 목소리) - 관둬

 

 

 

술 이야기2

 

석잔 다음부터 벌어지는 그림

- 한 잔 더 줘

남편- 안 돼

-

남편- 여자가

- 술 마시는데 여자가 왜 나와

개구쟁이 두 놈- 엄마, 아빤 왜 술 마실 때마다 싸워

 

 

 

술 이야기3

 

친한 사람들하고 술자리에서

남편- 맞은편에 앉아 내 술잔에 눈 박고

- 모른 척 홀짝홀짝 마시고

사람들- 무관심한 척 지들끼리 잔 부딪치다가

남편- 화장실 가거나 급한 볼일 있어 잠시 자리 비우면

사람들- 갔다 갔어

자자~ 빨리 마시고 내 잔도 받아라

~ 위하여 얼른 한잔 더해라

바쁘게 술잔 비우다 남편 옷자락이 보이면

사람들- 잽싸게 술잔 내려놓고 시치미 뚝 떼고 지들끼리 속닥속닥

 

 

술 이야기4

 

공장 점심시간

점심 먹고 쇳가루 위에 돗자리 하나 깔고

코린내 나는 행주아저씨 발

구멍 송송 뚫린 이씨 아저씨 발

메이커 양말이라고 은근히 자랑하는 옥자 아줌마 발

똑같은 양말 사놓고 신고 다니는 작은 내 발

이렇게 모여 이것저것 씹다가

"오늘 마치고 술 한 잔 하제"

좋죠"

작업시작 알리는 민방위훈련 같은 벨소리

안전화 끈 묶고 뒤돌아서는 내 뒤통수에

"저 형수하고 절대 대작하지 마래이"

"대작하면 낼 회사 못 온데이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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