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술 이야기1
남편- 소주 한 병 사온나
나- 몇 잔 줄래
남편- 석잔
나- 안가
남편(술 엄청 고플 때, 볼멘소리) - 두 병 사와
(별로 안마시고 싶을 때, 짜증난 목소리) - 관둬
술 이야기2
석잔 다음부터 벌어지는 그림
나- 한 잔 더 줘
남편- 안 돼
나- 왜
남편- 여자가
나- 술 마시는데 여자가 왜 나와
개구쟁이 두 놈- 엄마, 아빤 왜 술 마실 때마다 싸워
술 이야기3
친한 사람들하고 술자리에서
남편- 맞은편에 앉아 내 술잔에 눈 박고
나- 모른 척 홀짝홀짝 마시고
사람들- 무관심한 척 지들끼리 잔 부딪치다가
남편- 화장실 가거나 급한 볼일 있어 잠시 자리 비우면
사람들- 갔다 갔어
자자~ 빨리 마시고 내 잔도 받아라
자~ 위하여 얼른 한잔 더해라
바쁘게 술잔 비우다 남편 옷자락이 보이면
사람들- 잽싸게 술잔 내려놓고 시치미 뚝 떼고 지들끼리 속닥속닥
술 이야기4
공장 점심시간
점심 먹고 쇳가루 위에 돗자리 하나 깔고
코린내 나는 행주아저씨 발
구멍 송송 뚫린 이씨 아저씨 발
메이커 양말이라고 은근히 자랑하는 옥자 아줌마 발
똑같은 양말 사놓고 신고 다니는 작은 내 발
이렇게 모여 이것저것 씹다가
"오늘 마치고 술 한 잔 하제"
“좋죠"
작업시작 알리는 민방위훈련 같은 벨소리
안전화 끈 묶고 뒤돌아서는 내 뒤통수에
"저 형수하고 절대 대작하지 마래이"
"대작하면 낼 회사 못 온데이“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