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아홉시 뉴스
삼십 몇 년 만에 내리는 폭설이라고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앵커 머리위로
작은 그림하나 각인되어
가슴 철렁 내려앉는다
세상에 버려진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자들
몇 달 아니 몇 년 동안 허기져
뼈만 앙상한 몰골 위로
무참히 쏟아 붓는 폭설
그 폭설 온몸 고스란히 받으며
비장함이 서려있는 애절함
목숨 잘라내는 구조조정 반대한다고
소중한 아이들 학교 그만두게 할 수 없다고
사랑하는 아내 몸 팔러 보낼 수 없다고
내 삶에 마지막 희망 지키고 싶다고
굵은 눈물 폭설 되어 내리던 날
난 소주잔 들이 마시며 꺼이꺼이 운다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