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폭설 내리던 날

해방글터 0 674

 

아홉시 뉴스

삼십 몇 년 만에 내리는 폭설이라고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앵커 머리위로

작은 그림하나 각인되어 

가슴 철렁 내려앉는다

 

세상에 버려진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자들

몇 달 아니 몇 년 동안 허기져

뼈만 앙상한 몰골 위로

무참히 쏟아 붓는 폭설

그 폭설 온몸 고스란히 받으며

비장함이 서려있는 애절함

 

목숨 잘라내는 구조조정 반대한다고

소중한 아이들 학교 그만두게 할 수 없다고

사랑하는 아내 몸 팔러 보낼 수 없다고

 

내 삶에 마지막 희망 지키고 싶다고

굵은 눈물 폭설 되어 내리던 날

난 소주잔 들이 마시며 꺼이꺼이 운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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