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1991년 5월
비릿한 바다냄새 나는
영도 한진 중공업
전노협만 탈퇴한다면
구속하지 않겠다는 적들의
간교한 회유와 협박에 당당히 맞서 싸우던
박창수위원장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더니
차디찬 주검이 되어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던 그날
검은 천
드리워진 연단에
열사의 장남
여섯 살배기 용찬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아빠가 좋아하시던 노래라며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를 때
천오백 대오는
무너져 오는 원통한 마음에 끝내 오열을 토했다
그랬다
우리는 열사의 주검 앞에
용찬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맹세했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그날까지
동지의 몫까지 투쟁하겠다고
2002년 5월 부산역
박창수위원장 정신계승 및 112주년 세계노동절 기념식
그날 투쟁을 결의하던 동지의 얼굴도
그날 서슬 퍼렇게 일던 분노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아직 열사를 떠내 보내지 못한
선배노동자의
가슴 후비는 오열만이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