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부끄러운 고백

해방글터 0 729

 

 

노동조합 만들어 내 공장 간섭한다고

열 받은 김 사장 홧김에 공장 팔아버리고

공장 새로 인수한 인자하고 온순해 보이는 박 사장

더운 날 입맛 없다고 밑반찬 갖다 주고 

무더운 오후 시원한 수박에 냉커피까지

부산양산에서 제일먼저 

금속노조 기본협약 5개를 다 들어준 사업장

임금도 회사 형편에 맞게 올려주겠다고 

시원스럽게 나오는 회사에

마음을 죄다 풀어 버렸습니다.

 

생산책임자 마저 조합원인 사업장에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고 

월급제 시켜준다고 탈퇴를 종용하는 자본의 진드기나

저 혼자 살겠다고 돈 몇 푼에 

믿음 저버린 버러지 같은 놈이나

진드기나 버러지에 붙어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눈알 굴리는 한심한 인간들 보면서

꾸역꾸역 토해내고 싶은 배신감

 

배신감보다 더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자본의 정수리에 

날카롭게 꽂혀야할 나의 글들이

녹슨 칼날처럼 무뎌져 

자본의 유혹에  허우적거렸던

나의 부끄러움에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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