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경비원 박씨

해방글터 0 916

 

 

명절은 명절인가보다

커다란 선물꾸러미 하나씩 꿰차고

상여금 받았다고 한 잔씩 하러 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만하고

오늘따라 한 평 남짓한 경비실이

답답하기만 한 경비원 박씨

답답함 삭일 겨를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퇴근시간 맞추어

열심히 경례를 부친다

 

그래도 조립 실에서 일하는

막내아들 뻘 되는

철용이가 멋쩍은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곱게 포장한 양말상자 쓱 내밀고서는

"복 많이 받으소"한다

 

쥐새끼 한 마리 얼씬 못하게

이 큰 공장 문지기 해왔건만

남들 다 받아 가는 상여금 한 푼

떡값이라고 봉투 한 장 받아 본적 없는

하루에도 몇 수십 대 들락거리는

승용차 향해 경례를 부쳐야 했고

반장 명찰만 달고 지나가도

45도 깍듯이 인사해야 되는 고달픈 이 짓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용역인데

 

용역이고 뭐고 느낄 겨를도 없이

박 씨는 오늘도

퇴근길 정문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경례를 부친다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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