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맞 선

해방글터 0 761

 

 

시집간 누이 꼭두새벽부터 전화에 대고

목욕탕 가서 기름때 벼껴내고 

오는 길에 이발소 들러 

면도까지 깔끔하게 하고 

누이 결혼 때 사준 양복 빼 입고

시간 맞춰 호텔 커피숖으로 나오라는

다짐이 아니더라도

아무리 껴입어도 살 속으로

파고드는 외로움 못 이겨

올해는 노총각 딱지 떼어볼 심사로

살림꾼 같이 야무져 보이는 아가씨와

차 한잔에 3시간 시급하고 막 먹는 호텔 커피숖에 앉아 

쑥스러운 마음 눈길 둘 곳 없어

애꿎은 소매 끝만 쥐어 띁고 있는데

아가씨 첫 마디가 "회사는요?"

복잡한 생각 스쳤지만 거짓말 할 수 없어 

"자동차 부품 만드는 쪼매한 공장 다닙니더"

순간 굳어버린 얼굴 약속 있다며 서둘러 떠난 

텅 빈 의자에 눈 박고 앉아 

괜히 모를 수치심에 조여오는 목

어울리지 않는 넥타이가 

내 목을 조이고 있었다.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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