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날카로운 착취의 이빨 사이로
새파랗게 질린 두려움들이
빨려 들어갔다 용케도 빠져 나온다
공장에만 들어서면
철판처럼 굳어져버린 어깨위로
까닭 모를 서러움 쏟아 내리고
내 청춘 뭉텅뭉텅 잘라먹은
이놈의 기계 앞에만 서면
자꾸만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그래 가져가라
뭉그러진 손가락 끝으로
끊임없이 번져오는
이 분노
이 슬픔
다 가져가거라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빼앗길 수도 내줄 수도 없는 게 있다
한평생 땀흘리며
내 노동력으로 당당하게 살아온
내 순결과도 같은
이것 하나만은
이것 하나만은
2001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