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자존심 ―프레스 기계 앞에서

해방글터 0 646

 

 

날카로운 착취의 이빨 사이로

새파랗게 질린 두려움들이

빨려 들어갔다 용케도 빠져 나온다

 

공장에만 들어서면

철판처럼 굳어져버린 어깨위로 

까닭 모를 서러움 쏟아 내리고

내 청춘 뭉텅뭉텅 잘라먹은

이놈의 기계 앞에만 서면

자꾸만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그래 가져가라

뭉그러진 손가락 끝으로 

끊임없이 번져오는

이 분노

이 슬픔 

다 가져가거라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빼앗길 수도 내줄 수도 없는 게 있다

한평생 땀흘리며

내 노동력으로 당당하게 살아온

내 순결과도 같은

이것 하나만은

이것 하나만은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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