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예전같이 돈이 주머니에
솔솔 들어오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장
노동조합만 탈퇴만 하면
일당 몇 천원은 까짓것이고
없는 관리자 자리까지 만들어 줬는데 어찌된 판이지
열 명 밖에 안 되는 요놈들이 물러설 기미보이지 않자
이번엔 오지로 뚝 떼어 보냈다
더 요상한 것은
사장 위해 일 해야 되는 사무직 사원마저
삐딱하게 나오니 아예 공장을 내놨다
거래업체들 결제대금독촉 줄 잇고
장갑 바닥 난지 며칠 째
손가락 떨어진 장갑 바꿔 끼고 일해도
하나밖에 없는 난로에
기름마저 떨어져 오돌 오돌 떨고 있어도
뭐가 좋은지 웃음 끼 가득 신바람 난 조합원
하늘이고 법이라고 여기며 섬기던 사장도
우리와 똑같은 입장이라는 걸
공장 주인은 사장이 아니라
바로 우리라는 것을...
*일 년 중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노동조합 없애려고 술수 부리는 사장과 맞장 뜨는 고달픈 시간,
현실적인 생계를 힘들게 버텨내는 조합원들이 고맙고 미안하기만 하다
2002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