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백년가약 맺은 남편
10년 만에 야속하게 떠나버리고
밭뙈기 논마지기 하나 없이
아득한 세월 캄캄해
서러움에 겨워 울다
코흘리개 자식 놈들
칭얼거리는 울음소리에 정신 번쩍
소매 걷어부치고 밭으로
허리 휘어져라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 빠듯했던 시절
저고리 벗어 던지고
작업복 갈아입고
마을 어귀 그릇공장 나가셨네
낮에는 흙 빚어 그릇 굽고
이른 새벽 밤늦도록
농사지으며 사 남매 키우신 어머님
몇 십 년 다니던 공장 부도나
밀린 임금 퇴직금 한 푼 못 받고
헤진 작업복 챙겨 공장 문 나설 때
주책없이 눈물만 흘렸다는 어머님
잘 자라 준 딸 아들 고마워
평생 서러움 한마디 내 뱉지 못한 채
맺힌 한이 암 덩어리가 되어 들어내었고
성치 못한 몸으로 손자 녀석
거두시는 어머님의 작은 바람 하나
큰손자 교수되고 작은 녀석 판사 되라고
그 뜻 이루지 못하리라 죄스러움에
"어머님
잘나고 똑똑한 사람보다는
마음 따뜻한 노동자로 키우고 싶습니다"
그 말 차마 내뱉지 못하고
어머님 앞에 빙그레 웃는 며느리
2001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