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한사람이 죽었다
그의 죽음 앞에 엇갈리는 시비
맨손주먹의 신화를 이루었다고
국가경제 이바지 한 공이 크다고
재계의 대부가 죽었다고
씨발 놈 잘 죽었다고
돈 있다고 천년만년 살 듯이
목숨 연장하더니
자연의 섭리 앞에는 도리가 없었나보다
재벌공화국 황제 노릇하던 그가
죽어서도 황제가 되고 싶었나 보다
장례비용 28억
평생 목숨 바쳐 일하다 떨어져 죽고
기계에 몸 뚱아리 잘려나가고
구조조정으로 쫓겨난 노동자
희생으로 벌어들인 돈
황천길에 뿌려 놓는 28억
단돈 몇 만원이 없어
자식위해 강도 짓 하는 애비
몇 천원이 없어 무료급식
찾아가는 실직자
이 밤 다리 펴고 잘 곳 없어
지하도에서 역 대합실에서
신문 한 장 이불삼아 한뎃잠 자는 노숙자들
그 돈 고스란히 적선이라도 했더라면
그의 죽음 앞에 잘 가라고
목례이라도 할진데
20001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