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덕/ 1963년생 / 자동차 부품 하청노동자
조합원 아주머님이 탈퇴하면서
“언니! 미안해” 합니다
그녀 마음 헤아리기에 웃고 말았죠
탈퇴 안 한다고 관리자한테 시달려
애처로웠는데 차라리 속이 편안합니다
미안한지 점심마저 굶은 그녀에게
위장약도 건네주고 하니 더 미안해합니다
단식 한 달 보름을 넘기면서 떨어진 체력
어제 공휴일이라 하루 쉬었는데
오늘 오후, 일하다 나도 모르게 또 넘어갔나 봅니다
눈이 따가와 어렴풋이 떠보니 병원입구
링거 두 병 맞고 회사에 오니 이틀 쉬랍니다
회사 나오는 게 골치 아프니 차라리 쉬면서 몸 좀 챙겨
월요일부터 밥 먹자고하네요
잔업 하는 동료들 뒤로한 채
혼자 통근 승합차 타고 오면서 깨닫습니다
땅거미 지는 산등성 울창한 숲
어쩜 나는 울창한 숲만 보고 활동을 했구나
숲에 가려 엉킨 채 뿌리 뻗어 끈질기게
생명력을 키우고 있는
이름 모를 들풀들을 보지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다시 시작하렵니다
노동조합 설립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설득 시켜나가던
처음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렵니다
봇물처럼 솟구치는 물줄기 아니더라도
한 방울씩 떨어져 샘을 채우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서 하렵니다
나의 힘겨운 일상만큼
자신의 삶 언저리에서
그리고 노동의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지들
아픔을 겪는 만큼 성숙해지는 우리들이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