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큰놈 생일 날
관리자 눈치 보며 잔업 땡땡이 치고
쏟아져 내리는 햇볕 쬐며
신나게 달려왔습니다.
작은 케이크 하나에
통닭 두 마리가 전부인 생일 상
동네 형님들만 죄다 데리고 와
“엄마 생일 선물은 가져 오지 말라고 했어요
생일은 마음으로 축하하는 거지 선물이
중요 한 게 아니잖아요"
초등학교 3학년짜리 큰놈의 깊은 마음이
나를 울리네요
우리 교육이 맞벌이 부부한테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이 많은지
얼마 전 5천 원짜리 준비물이 비싸다고
모둠별 수업이니깐 친구한테 빌려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고선 어미한테 말도 안 하고
학교 가서는 준비물 안 챙겨 왔다고
수업시간 내내 손들고 벌섰다는 말에
무능력한 어미의 마음에
괜히 죄 없는 아들 종아리 때리고
구석에 틀어박혀 눈물 찔찔 흘리던 나
오늘은 두 놈 시장 데리고 가
가게에 들러 먹고 싶은 과자 하나씩
고르라고 했더니
눈치 빠른 작은 놈
"형! 오늘 우리 엄마 돈 많은 가봐 “
2001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