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만들어 내 공장 간섭한다고
열 받은 김 사장 홧김에 공장 팔아버리고
공장 새로 인수한 인자하고 온순해 보이는 박 사장
더운 날 입맛 없다고 밑반찬 갖다 주고
무더운 오후 시원한 수박에 냉커피까지
부산양산에서 제일먼저
금속노조 기본협약 5개를 다 들어준 사업장
임금도 회사 형편에 맞게 올려주겠다고
시원스럽게 나오는 회사에
마음을 죄다 풀어 버렸습니다.
생산책임자 마저 조합원인 사업장에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고
월급제 시켜준다고 탈퇴를 종용하는 자본의 진드기나
저 혼자 살겠다고 돈 몇 푼에
믿음 저버린 버러지 같은 놈이나
진드기나 버러지에 붙어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눈알 굴리는 한심한 인간들 보면서
꾸역꾸역 토해내고 싶은 배신감
배신감보다 더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자본의 정수리에
날카롭게 꽂혀야할 나의 글들이
녹슨 칼날처럼 무뎌져
자본의 유혹에 허우적거렸던
나의 부끄러움에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2002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