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중 / 목수


오열한다

이민중 3 864

오열한다

                        이 민중

동백꽃 질 적에 벚꽃 잎 흩날리는 봄을
지는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수장당한 4월을 
벚꽃 잎 내릴 적에 꽃비 맞으며 꺄르르 웃지 못하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봄을 소리 지르다가

동백꽃 질 적에 벚꽃 잎 흩날리는 봄에
68년 전 피로 물든 유채꽃밭에 유채꽃이 만발한 이곳에
오다가 오려다가 오지 못한 이들에 목이 메여

68년 전 산채로 바다에 던져진 인민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건져내지도 못하게 깊숙이 빠뜨려진 그 날을
4월을 봄을 피눈물 흘리며

오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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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1. 조사를 빼고도 말이 되는 것 같으면 조사를 줄여 보세요. 그럼 문장이 강직해 지면서 집중하게 만들어요.

이 시는 1연 첫행부터 리듬감이 느껴지는데, 글자수에 맞춰 댓구가 형성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동백꽃 질 적에 벚꽃 잎 흩날리는 봄을

동백꽃과 벚꽃 잎이 대가되고, 질 적에와 흩날리는이 대가 되어서 '봄을'에 집중하게 합니다. 
조사를 넣고 풀어쓰면, "동백꽃이 질 적에 벚꽃 잎은 흩날리는 봄을"정도 였겠죠. 이(가)를 쓰는지 은(는)을 쓰는지에 따라서도 문장 맛이 달라지는데, 이가은는을 생략하면서, 설명적인 것보다 집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문장이 강직해진거죠.

1연 둘째 행에 보면,

지는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수장당한 4월을

여기서는 조사를 생략하지 않았는데, 생략해보면,

지는 동백꽃 아름다움 보지 못하고 수장당한 4월을

이렇게 되죠. 생략하기 전에는 4월이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게 되는데, 생략하고 나면, 그 뜻도 되고, 동백꽃=4월이 되기도 합니다. 전체 문맥상 큰 차이가 없으므로, 생략해도 괜찮다고 보는데, 생략한 후의 글맛과 전의 글맛중 어느쪽이 좋은 지는 작가가 고민해 보실 문제지요.
2연 2행도,
 
68년 전 피로 물든 유채꽃밭에 유채꽃이 만발한 이곳에

바꾸면, "68년 전 피로 물든 유채꽃밭 유채꽃 만발한 이곳에"이 될 수 있지요.
조사를 빼면 좀 더 긴장되고, 문장이 강해지는 점이 있는가 하면, 주어 목적어가 헷갈려질 수 있어서 잘 고민해야 합니다.

2.

동백꽃 질 적에 벚꽃 잎 흩날리는 봄을
지는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수장당한 4월을
벚꽃 잎 내릴 적에 꽃비 맞으며 꺄르르 웃지 못하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봄을 소리 지르다가

1연의 원본인데, 글자수를 보면,
33342
245543 조사빼면, 54543
34535
5626
대개 2345로 잘리면서 리듬감이 있어요.

3행 같은 경우,
벚꽃 잎 내릴 적에 꽃비 맞으며 꺄르르 웃지 못하고(원본)
벚꽃 잎 내릴 적 꽃비 맞으며 꺄르르 웃지 못하고(1차 수정)
벚꽃 잎 내릴 적 꽃비 맞으며 꺄르르 (2차수정)
벚꽃 잎 내릴 적 꽃비로 꺄르르 (3차 수정)
벚꽃 비로 꺄르르 (4차 수정)
까지도 수정할 수 있지요. 이렇게 수정해 보면,

동백꽃 질 적에 벚꽃 잎 흩날리는 봄을
지는 동백꽃, 수장당한 4월을
벚꽃 비 꺄르르
바다 밑 가라앉아버린 봄을

까지도 수정할 수 있고, 다시,

동백꽃 질 적에 벚꽃 잎 흩날리는 봄을
지는 동백꽃, 바다 밑 가라앉아버린 4월을

까지도 수정할 수 있는데, 이렇게 수정할 때 중복부분이 정리되고 선명해 지는 건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처음에 가졌던 심상이 너무 조여들어 버려 다른 길로 가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초안을 잘 두고 비교해 가면서 살을 붙이고 덜어보세요.

3. 시간이 없네요. 마무리, 마지막 오열한다는 빼도 될것 같아요. 제목에 있으니까 중복해서 강조할 필요가 없어요.
마지막 오열한다만 빼도 잘 된 시라고 생각합니다. 앞에 1,2를 주절주절 쓴 것은 그런 식으로 함축하는 훈련이 해보면 좋겟어서 드린 말씀입니다.

처음에 시상이 떠오르는 대로 주욱 쓰고나서, 그렇게 하나씩 조사부터, 중복되는 단어, 중복되는 표현들을 삭제하거나 대치하다보면 뼈가 드러나죠. 뼈 순서를 적절히 바꿔서 맞춰보고나서, 그래놓고 다시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해 보세요. 과정을 놓고 비교해 보면, 좋은 훈련이 됩니다. 아, 가야될 시간이.. ^^
박상화
이 시는 노래같은 리듬감이 잇어서 무조건 함축한다고 좋지는 않을 거예요. 2연같은 경우 내용도 리듬도 참 좋아요.
박상화
1. 맥락없는 말이던, 중언부언이 됐건, 자꾸 덧붙여 길게길게 쓰는 연습을 하면 "글쓰는 힘"이 늡니다.
2. 길게 쓰고나서, 중복되는 말과 조사, 동사를 자꾸 깎아내다보면 "글쓰는 요점"이 잡힙니다.
3. 1,2를 거쳐서 뼈대만 남은 말에 다시 살을 붙여 보세요. 글이 아름다워집니다.
4. 글을 쓸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해서 훈련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 글이 한단계 성숙한 것을 느끼는 때가 옵니다.
5. 자기가 쓴 글을 주제나 소재가 같은 남의 글과 비교해 보세요. 깨달음이 생깁니다. 이 작업 뒤에도 성숙한 것을 느끼는 때가 옵니다.
6. 그 다음엔 단어 하나하나가 무거워집니다. 늘 쓰던 단어들이 무슨뜻인지 다시 찾아보게 되고, 단어가 가진 의미가 열리고, 단어에 묻은 사고가 깊어집니다. 익숙해서 갖고 노는 단어무리가 생기고, 글을 교묘하게 꾸며낼 줄 알게 됩니다.
7. 남의 필체가 보이는데, 소설이고 수필이고 장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나만의 필체를 찾게 됩니다.
8. 필체까지 완성되고나면 글에 담을 내용이 무서워진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7이 번저 생기는 사람도 있고, 5가 먼저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맨날 1,2에서 헤메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알고 과정을 겪으면 좀 더 나아가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여 쓴 글이니, 건방지다 마시고, 글을 쓰다보면 그런 일들이 있다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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